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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 벚꽃축제 부터 커피거리 까지, 강릉 여행 봄 드라이브!

영월 봉래산 정상에서 잔설(殘雪)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전국은 봄 꽃 소식이 만발(滿發)입니다. 봄은  아파트 주변에도 벚꽃이 만개했으니 벌써 봄이 와버린 건가요? 여행하며 사진 찍고 글 쓰는 게 일이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꽃놀이 가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며칠 하고 있던 차에, 예고 없이 하루를 온전히 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번 여행을 관통하는 속담은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 라고나 할까요, 갑자기 생긴 여유였지만 계획했던 일인 양 부랴부랴 꽃놀이 길에 나서봅니다.

 

 

 

“바다와 벚꽃이 있는 풍경, 경포대로 가자!”

 

목적지는 마침 이틀 뒤 경포대 벚꽃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입니다. 지난해 봄 가족들과 함께 가보고 처음이니, 거의 일 년 만입니다. 남자의 차, 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하는 이번 여행은 평소와 달리 점심시간 가까운 11시에 시작됩니다. 보통 이 때쯤 되면 출근시간 교통정체가 풀리지만 이날 서울양양고속도로 일부 지역은 아직 정체인가 봅니다. 친절한 내비게이션 씨의 안내로 화도 IC까지는 46번 국도를 이용합니다. 집에서 춘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죠.

 

 

 

평소보다 늦은 출발이지만 오늘은 늦은 밤까지 강릉에 머물 계획이라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렉스턴 스포츠의 파워모드를 이용하면 좀 더 신나게 달릴 수 있지만 오늘은 에코 모드로 만족합니다. 다만 마냥 길 따라 달리기 것이 심심하니 뭔가 도전거리를 찾았는데요. 바로 ‘경제적 운전’입니다. 엔진 회전 수를 1500rpm 이하로 유지하고 관성운전*을 해 높은 연비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 도로의 지형, 신호체계를 잘 활용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덜 사용하는 경제적인 운전법

 

 

나는 지난 대관령 여행 시 고저(高低) 차 심한 지형을 이용해 리터당 17.9km라는 높은 구간 연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때도 렉스턴 스포츠를 타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서울-양양 구간은 급경사가 많지 않아 큰 기대 없이 그저 즐길 요량(料量)입니다. 결과적으로 평균 연비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글 말미(末尾)에서 공개하겠습니다.

 

 

“북강릉가는 길, 장거리 운전에서 중간 휴식은 필수!”

 

 

고속도로를 1시간 40분 달려 내린천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점심 먹기 적당한 시간, 12시 40분입니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정말 개통된 당일 판매용 생수가 바닥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던 곳이라 한산한 평일 모습이 아직은 어색한 곳입니다.

 

 

오늘 나의 점심 메뉴는 용대리 황태 해장국입니다. 휴게소의 위치는 인제군 용대리와는 거리가 좀 되어 지역 음식인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지난번 대관령 여행 때 아쉽게도 못 먹은 것이 생각나서 자연스럽게 선택했습니다.

 

 

내린천 휴게소에서 목적지인 경포대까지는 차로 한 시간 조금 더 걸립니다. 중간에 양양 분기점에서 동해고속도로 강릉방향으로 갈아탑니다. 거기서 약 30분을 더 달리면 북강릉 나들목에 도착합니다. 여기까지 통행료는 1만 1600원입니다. 이곳에서 경포대까지는 약 40분 거리입니다. 그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요금소를 나와 국도 7호선을 타고 강릉방향으로 달리면 곧 죽헌 교차로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경포대 방향으로 좌회전합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운정 교차로에서 ‘경포로’를 만나는데 그냥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만개한 벚꽃 가로수길, 경포로의 아름다움, “

 

 

길 양쪽으로 벚꽃이 만개해 기념사진을 찍느라 차를 자주 세웠습니다. 게다가 길가에 민속자료 전시관과 매월당 김시습 기념관도 있습니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에 그 앞을 서성거렸네요.

 

 

경포대는 경포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작은 언덕입니다. 그곳이 오늘의 첫 목적지입니다. 하지만 목적지를 코앞에 보고 렉스턴 스포츠를 엉뚱한 주차장에 세웠습니다. 이곳은 경포가시연습지와 삼일공원입니다. 지나가다 보니 주변 벚꽃길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에 더해 경포호수 풍경이 썩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벚꽃축제 기간 전이고 평일임에도 주차장은 이미 복잡합니다.

 

 

어차피 경포대를 중심으로 양방향 차량 정체도 이미 시작된 마당에 어쩔 수 없습니다. 참고로 삼일공원과 경포대 주차장은 무료입니다. 덕분에 축제 기간에 차 세우는 것이 전쟁일 것 같습니다. 내가 떠나온 서울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하늘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강릉은 화창하고 기온도 적당합니다. 맑은 햇살이 딸기우유 색을 띤 벚꽃 잎에 반사 돼 반짝거립니다. 덕분에 꽃놀이 나온 사람들의 얼굴도 해처럼 빛나고요. 인생 사진은 이럴 때 찍어야겠죠?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들은 설사 사진 속 나보다 꽃이 더 빛나더라도 슬프지 않을 겁니다. 그 속에 나는 행복했을 테니 말입니다.

 

 

요맘때 벚꽃은 경포호수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벚꽃축제는 경포대 바로 옆과 무료 주차장에서 열립니다. 안목해변으로 가는 중에 그곳에 잠시 들러봤습니다. 지역 축제가 다 그렇듯이 먹거리 장터와 공연 무대가 설치 돼 있더군요.

 

 

안목해변은 경포해변에서 8Km 남쪽,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합니다. 그곳은 요즘 ‘강릉커피거리’로 더 유명합니다. 이곳과 남강릉 나들목 지척에 위치한 테라로사 커피공장 · 박물관은 이 지역에 커피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주차하기 편해서 더 좋았던 강릉 커피거리”

 

 

가져간 차는 커피거리와 해변 사이 노상주차장에 세웁니다. 이곳의 주차 환경은 경포해변과 달리 상인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지 않아 마음에 듭니다. 재미있게도 타고 간 렉스턴 스포츠도 커피색(마룬 브라운)이라서, 여행의 정서가 더욱 깊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커피거리까지 와서 유명 체인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싫어 해변에 위치한 가게들을 하나하나 둘러봤습니다. 그러다 ‘안목 1호점’이라는 꼬리표를 단 가게를 발견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브랜드는 안목 항에 만 두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인근에 커피 박물관도 운영하는 나름 큰 이 지역 회사더군요. 게다가 강릉커피 빵 공식 판매점이란 안내도 한 몫 합니다.

 

 

무언가 사갈 수 있겠다 싶어서입니다. 혼자 여행 다녀오면서 빈손으로 집에 들어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꽤 미안하겠죠? 게다가 지난여름 여행 때 아이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사주는 걸 잊었던 기억도 났습니다. 과연 아이는 1년이나 늦었다며 아빠를 비난할까요, 또는 1년이나 지났는데 기억하고 있다며 감동할까요?

 

 

이날의 추천 메뉴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Ethiopia Yirgacheffe) 와 콜롬비아 수프리모(Colombia Supremo)입니다. 예가체프는 예전 내가 핸드드립 커피를 즐길 때 케냐 AA와 함께 자주 마시던 것입니다. 첫 맛이 쓴데 반해 뒷맛이 깔끔해 좋아합니다. 가게는 총 3층이지만 모든 창가 자리는 이미 차있습니다. 할 수 없이 안쪽 자리에 앉아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마침 창가 자리 하나가 비었습니다. 행운입니다.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의 해변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무언가 할 필요 없는 이 순간이 좋네요. 말 그대로 망중한(忙中閑)입니다.

 

 

해가 지자 차 마시던 사람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주차장에 빈자리가 많아졌습니다. 나도 일어날 시간입니다. 이어 안목 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의 초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미 저녁 먹을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강릉 맛집 탐방과 경포해변 근처 산책”

 

 

이곳은 순두부로 유명한 지역이랍니다. 지난 평창동계 올림픽 때 대통령 내외 먹었다는 ‘짬순’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나는 ‘강릉 짬뽕순두부’로 유명한 식당에 들어가 이 특별한 메뉴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당을 나서니 이미 밤입니다. 애초에 새벽에 귀가할 생각으로 떠난 여행이지만 사방이 어두워지니 막상 갈 곳도 딱히 할 일도 없네요. 괜스레 경포해변을 다시 찾았지만 춥고 한산하여, 밤 해변을 거닐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입니다. 그리하여 혼자 떠난 강릉 벚꽃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집에는 결국 새벽에 돌아왔습니다. 자정이 넘자 비가 내렸고 아침까지 계속됐습니다. 만일 뭉그적뭉그적 거리면서 내일 가자, 모레 가자 했다면 제대로 핀 벚꽃을 보지 못할뻔했습니다. 나에게는 행운 같은 하루이고 봄 꽃 내음과 커피 향기 가득한 강릉 여행입니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렉스턴 스포츠의 평균 연비는 리터당 12.1km 였습니다. 이는 지난 대관령 여행 때의 11.7km, 또 영월 여행 때의 11.4km보다 높은 연비라서 관성운전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증거나 다름없습니다. 렉스턴 스포츠의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9.8km에서 11.0km입니다. (복합연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