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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한 대관령 백두대간 가족 시승기

춥고 긴 겨울의 끝, 봄에도 눈이 내리는 춘천 같은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이제 일상에서 눈을 보기 쉽지 않은 달에 들어섰습니다. 얼마 전 초등학생 딸아이의 봄 방학을 맞아 올해 마지막 겨울 왕국 여행을 준비했는데 그 목적지는 강원도 평창과 대관령입니다. 이는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초봄에 폭설로 도시 기능이 마비됐던 속초와 대관령을 다녀왔던 추억을 되짚는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요. 불편했지만 평생 볼 눈은 다 본 기분이었던 그 때처럼, 이번 여행에도 행운 아닌 행운이 함께 했을까요?

 

■ 대관령 양떼목장. 2014년 2월

 

여행에 앞서 준비할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평창과 대관령은 같은 강원도라도 인근 지역보다 춥고 바람이 강하기로 유명합니다. 해발고도 800m에서 1,100m에 이르는 고지(高地)인데다, 바다에 인접해 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눈 쌓인 길을 만날 가능성이 농후하니, 겨울철 차량용 안전장구 역시 필수로 갖춰야 합니다. 요즘 같은 때라면 이상기후가 아니고서야, 야전삽과 스프레이 체인 정도면 든든합니다.

 

 

이번에 딸아이와 함께 한 여행길을 달릴 차로는 렉스턴 스포츠를 택했습니다. 이 차는 G4렉스턴의 후속 모델이지만, 전혀 다른 자동차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오픈형 렉스턴’이라고 불리는 렉스턴 가문의 스포츠 모델입니다. 저속 사륜구동에 ‘차동 기어 고정 장치(LD)’까지 장착돼 있어 쌍용차 중에서도 단연 믿음직스럽습니다. 이 기능은 혹시 눈길에서 한쪽 바퀴가 헛돌더라도 마찰력 높은 다른 바퀴 쪽으로 힘을 집중해 쉽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아이와 어른, 그 사이를 이어주는 장난감”

 

눈 쌓인 평창, 대관령은 생각만 해도 긴장되는 곳인 동시에, 또 즐거운 추억의 장소기도 해 더욱 기대됐습니다. 아울러 렉스턴 스포츠의 적재함에는 재미있는 놀 거리들도 실렸습니다. 이중 가장 큰 것은 2인승 눈썰매죠. 이번 겨울에 딸아이와 참으로 달게 가지고 논, 우리 부녀에게는 최고의 장난감이었습니다.

 

 

또 최근에 마련한 RC 몬스터 트럭도 한자리를 차지했답니다. 최고 속도가 시속 30km 밖에 안 되는 작은 놈이지만 아이와 함께 놀기엔 딱입니다. 각종 촬영 장비 넣은 알루미늄 케이스와 대형 삼각대도 함께 실렸습니다. 적재함이 오픈 된 모델은 처음이라 조금 걱정됐습니다만, 이동 중 이들이 움직이거나 덜거덕거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기우(杞憂)입니다.

 

■ 렉스턴 스포츠 적재함 데크와 후크

 

대형 할인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탄력 로프 하나로, 이 모든 물건들을 안정적으로 싣기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탄력 로프를 적재함 앞에 2개, 양쪽 벽에 총 2개 설치된 데크 후크에 걸어 적재물을 묶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짐을 싣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공간이니 편리성을 갖춰놓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으나, 막상 사용하고 나니 기특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벽 같이 출발한 가족 여행, 대관령 가는 길”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집을 출발한 것은 아침 6시 20분, 첫 목적지인 평창 대관령 삼양목장까지는 차로2시간 40분 가량 걸리며 이동거리는 190km입니다. 평일 출근시간과 겹치면 외곽 순환 고속도로 태릉 IC에서 중부고속도로와 갈리는 하남 분기점까지는 길이 다소 막힙니다. 이곳에서 경기 광주 분기점까지 중부고속도로 역시 이 시간대에는 장거리 출근하는 차들로 붐빕니다. 그나마 건너편 상행성의 정체보다는 사정이 나아서 시속 90km 정도는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광주 원주 고속도로는 편도 2차선이지만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해 만들어져 영동고속도로에 비해서 원활합니다. 아침 식사는 집에서 약 1시간 40분 이동 후 횡성휴게소 강릉방향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이곳에서 ‘한우 떡 더덕 스테이크’를 먹을 생각이었지만 일부 메뉴는 아직 준비 중이었으며, 맛보고자 했던 스테이크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강릉방향)와 휴게소 메뉴들

 

대신 이 지역 특산물인 횡성 한우가 조금 들어간 소고기 국밥을 먹었습니다. 한편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적재함에 실은 장난감들을 살펴봤습니다. 이동 중에도 그랬듯이 처음 실었던 그대로 얌전히 잘 있습니다. 휴게소에 들어가면서 카메라 장비를 넣은 알루미늄 케이스와 RC 몬스터 트럭은 따로 챙겨 실내에 넣었습니다. 잠금장치가 달린 공간을 별도로 설치해, 귀중품과 기본 공구를 수납할 공간이 따로 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코란도 스포츠(좌)와 렉스턴 스포츠(우)

 

아침을 먹고 주차장에 세워둔 렉스턴 스포츠로 돌아와보니, 마침 누군가 바로 옆에 코란도 스포츠를 세워두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형과 동생의 덩치를 확실히 비교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횡성휴게소에서 평창 대관령 삼양목장 입구까지는 차로 약 50분 거리. 이제부터는 조금 여유 있게 렉스턴 스포츠의 주행 질감을 느끼며 달립니다. 평일 아침, 겨울 스포츠 시즌이 끝나 한산한 도로는 최근 새로 포장해 노면까지 부드러우니 더욱 좋습니다.

 

 

“뭐든지 특별해, 오픈형 렉스턴의 요모조모!”

 

렉스턴 스포츠의 크고 개방된 적재함은 승차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고속도로 주행 시 뒷바퀴에서 미세하게 잔진동이 느껴지는 이유도 적재함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적재함이 텅 비어있는 경우이고, 여기에 짐을 싣는다면 또 다른 주행감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아이신 6단 자동 변속기와 LET 2.2L 디젤엔진

 

사실 모든 운전자가 정숙성만을 기대하며 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승용차와는 다른 *NVH와 거친 노면을 즐기며, 아무렇게나 실어 놓은 듯, 무심하게 쌓은 짐조차 멋지게 보이는 것. 그것이 스포티하다고 일컫는 모델들의 매력입니다. SUV만이 가질 수 있는 운전 시의 생동감은, 항상 운전이라는 일이 스포츠처럼 느껴지도록 도와줍니다.

* Initialism of Noise, Vibration, and Harshness: 소음, 진동 등 탑승객이 느끼는 불편함을 일컬음.

 

■ 렉스턴 스포츠의 1열과 2열(브라운 컬러)

 

어느 정도 짐이 실린 상태를 상정(上程) 해 설계하기에 적재함이 빌 경우엔 최상의 주행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물건을 설계할 적에, 오차 범위를 계산한다는 것이 몹시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상용차보다 승용차에 더 가까웠던 편안함은 넓어진 2열 탑승공간과 그만큼의 무게 덕분입니다.

 

■ G4 렉스턴에 버금가는 2열 탑승 공간

 

그렇다면 2시간 가까이 2열에 탄 아내와 아이가 느끼는 승차감은 어떨까요? 이 두 사람은 국내에서 가장 편한 2열 시트를 갖춘 SUV, 액티언을 8년 넘게, 또 같은 2열 좌석 구조를 갖춘 코란도 C와 G4 렉스턴도 자주 탔습니다. 이 때문에 앞선 차들과 다르게 2열이 고정된 렉스턴 스포츠는 불편하리라 생각했지만, 아내와 딸의 평은 의외로 좋았습니다. 무쏘 스포츠, 액티언 스포츠까지 그 동안 오픈형 데크를 가진 모델들의 2열은, 무릎 공간의 여유가 없고 등받이 각도가 높아 도심 이동이 불편하다는 평을 받아왔습니다. 이는 코란도 스포츠에 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해, 현재의 렉스턴 스포츠까지 이르니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습니다. 이 신형 SUV는 G4 렉스턴의 2열 좌석을 그대로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탑승 공간이 넓은 만큼 세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숨은 공간 역시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겨울 시즌, 자차로 직접 올라가는 대관령 정상 “

 

오전 9시 반, 지금은 대관령으로 이름이 바뀐 횡계 나들목에 도착했습니다. 동서울 요금소에서 이곳까지 통행료는 9,800원입니다. 동계 스포츠 축제를 준비하면서 대관령(옛 ‘횡계’) 읍의 도로망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 평창, 대관령 나들목 앞의 렉스턴 스포츠

 

이전에 삼양목장을 가기 위해서는 대관령 시내를 통과해야 했는데 지금은 나들목을 나와 직진하면 목장 가는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기존 보다 20분이나 빠른 길이랍니다. 게다가 최근 목장 입구까지 모든 길이 포장됐습니다. 예전에 친척 집 드나들 듯 1년에 서너 차례 오던 곳이라 격세지감(隔世之感)입니다.

 

■ 삼양목장의 매표소 앞의 렉스턴 스포츠

 

삼양목장의 매표소는 대규모 주차장 직전에 있습니다. 표를 사고 주차하고 바로 셔틀버스를 타도록 나름 섬세하게 만든 구조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9000원, 소인(초/중/고등학생) 7000원이고 우대요금은 5000원이며 36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입니다.

 

 

“추억의 백두대간, 소황병산 입구”

 

대관령 삼양목장과 이어 방문할 대관령 양떼목장은 백두대간(白頭大幹) 안에 위치해 지금은 차량 통행이 제한됩니다. 오래전부터 지금은 통행금지 구역이 된 소황병산 입구 구간을 포함해 삼양목장을 한 바퀴 돌곤 했었습니다. 차로 2시간 넘게 걸리는 긴 코스로 비가 오면 길이 쓸려 내려가거나, 또 눈이 쌓이면 차가 눈과 함께 미끄러져 내려갈 정도로 험한 길입니다. 당시에는 뉴코란도 602EL 밴을 탔는데, 어려움 없이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연도로 따지면 렉스턴 스포츠의 선조(先祖)격인 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일입니다.

 

■ 대관령 삼양목장 소황병산 구간의 뉴코란도. 2004년

 

4월 초에서 11월 초까지 봄~가을 시즌에는 목장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정상에 올라볼 수 있습니다. 반면 겨울 시즌에는 자차로 올라갈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이 겨울에 대관령 삼양목장 行을 선택한 이유 입니다. 단, 어느 계절이건 정상(頂上)이라는 범위는 동해 전망대(해발고도 1,100m)까지만 적용됩니다.

 

■ 눈보라 치는 대관령 삼양목장과 뉴코란도. 2004년

 

삼양목장은 또한 그 경관이 아름다워 유명 한국영화,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봄, 가을에는 드넓은 초지에 젖소를 방목하는데 그것이 참 볼만하답니다. 또 주말에는 ‘양몰이 공연’ 등 이벤트도 진행합니다. 하지만 추운 이 계절에 이곳에 올 이유는 설경(雪徑)*과 설경(雪景) 뿐입니다.

* 설경(雪徑) : 눈 쌓인 길

 

 

“좋지 않아서, 적당해서, 좋아서 행복한 산 정상”

 

■ 삼양목장 동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릉

 

대관령 나들목이 가까워진다는 사실이 차창 너머 바뀌는 풍경에서부터 이미 느껴졌지만, 이 날은 예상보다 춥지 않았으며 바람마저 평소와는 달리 부드러웠습니다. 길에서 먼 곳과 주변, 해발고도 1,000m 가까운 백두대간 봉우리들은 저리 눈에 덮여있건만, 목장 길만큼은 깔끔합니다. 길가에 치워둔 눈높이로 눈 내리는 장면을 상상해봅니다. 눈보라 치던 날에도 놀러 왔던 곳인데, 계획이 틀어져 적잖이 아쉬웠습니다. 이 때문에 렉스턴 스포츠 적재함에 실어둔 눈썰매는 쓸 일이 없게 됐으니 말입니다.

 

 

저속 사륜구동으로 눈길 주행을 시험해볼 일도 헛된 바람이 됐지만, 포근한 날씨 덕에 차에서 내려 오랜 시간 초지를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딸아이는 차를 세우자마자 뛰어 내려 아빠와 함께 RC 몬스터 트럭을 조종하며 놀았고, 추위에 취약한 아내마저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습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또 날이 적당해서 모두 행복했습니다. 엷디 엷게 느껴지는 계절 변화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으니 더욱 좋습니다.

 

 

이날 우리 가족 외에 몇몇 팀이 목장 정상에 올라왔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춥다고 말하는 그들은, 예전처럼 바람 부는 날이었다면 차 문 하나 열기 힘든 곳이란 사실을 알런지요. 나에겐 조금 실망스러운 날씨가 누군가에게는 행운의 날입니다. 방문객들 중에는 상업 사진을 찍으러 온 팀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날 오후부터 바람이 강해졌고 며칠간 지속됐다는 사실은, 제게만 야속한 날씨로 두루 여겨질 것입니다.

 

 

아쉬운 마음을 엉뚱한 곳에 풀듯이, 렉스턴 스포츠를 몰아 전망대 한쪽의 돌밭과 소황병산 가는 길로 넘어가지 말라는 의미로 모아둔 눈 언덕들을 일부러 넘어보았습니다. 눈 언덕에서 잠깐씩 바퀴가 헛돌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차는 이내 힘을 되찾습니다.

 

 

목장 입구로 돌아가는 길에는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HDC)’를 사용해 브레이크 사용을 줄였습니다. 그럼에도 10분 이상 내리막길을 달리고 나면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나니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닙니다. 만일 브레이크를 지속적으로 이용했다면 브레이크 캘리퍼가 뻑뻑해지는 현상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아이를 위한 여지, 삼양목장”

 

■ 대관령 삼양목장의 사랑(위), 바람 우체통, 삼양목장 매점(좌), 삼양목장 대광장(우)

 

광장으로 내려와 매점에 들렀습니다. 이곳에선 삼양식품에서 만든 과자류와 라면 등을 구입할 수 있답니다. 나는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오르는 과자를 발견하고 고민 없이 샀습니다. 간식 구매 리스트를 보고는 시큰둥하던 딸아이와 아내도 어느 순간 이 추억의 과자를 먹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양떼목장으로 가는 중에 한 박스를 모두 비워버립니다. 매점에서 구입한 양갱 몇 개를 먹고 나니 점심 먹을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다른 계절이라면 목장 곳곳에서 다양한 체험이 가능했겠지만, 이 계절에는 광장 한쪽에 작은 우리 안의 양을 먹이는 체험만 가능합니다. 이어 방문할 양떼목장의 그것에 비하면 더없이 초라하지만 딸아이는 우리 한편에 세워둔 거대한 마른풀 더미를 다 먹일 기세로 열심입니다.

 

 

삼양목장에서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양떼목장까지는 차로 15분 거리입니다. 새로 만들어진 길을 타고 기상대 앞 교차로에 이르러 대관령 옛길과 만나봅니다. 여기서 옛 대관령 휴게소까지는 지척(咫尺)입니다. 이 교차로 동남쪽 전체는 동계 스포츠 축제를 위해 만들어진 대관령 주차장이 있습니다. 어쩌면 대관령에 새로 뚫린 이 길은 방문하는 차들을 주차장으로 이끌기 위한 도로인 셈이죠.

 

 

“더 넓고 큰, 대관령 양떼목장을 향해서”

 

앞서 소개한 대로 백두대간 자연보호를 위해 양떼목장에도 주차장은 없습니다. 예전에 목장 사무실 앞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었지만 그건 12년 전의 일입니다. 대신 옛 대관령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5분쯤 걸어 올라가면 매표소가 나타납니다. 입장료는 대인 5,000원, 소인 4,000원이고 우대 요금은 2,000원입니다. 지난해 5월에도 가족들과 이곳에 왔었는데, 계절은 변해도 탁 트인 뷰가 여전히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그 때는 길 그늘에 널브러진 날벌레 때문에 기겁했던 아이가 겨울에 오니 길마다 바닥이 깨끗하다며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이곳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양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장료에는 푸른 기운이 도는 건초 한 바구니가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목장 전체를 걸어보는 것은 관심조차 없습니다. 이건 아내도 마찬가지라 산책은 오로지 혼자의 몫입니다.

 

 

아이와 아내가 양 우리에 머무는 동안 저는 목장의 높은 곳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언덕 위에 홀로 선 허술한 오두막은 나름 이 곳의 랜드마크 같은 것입니다. 양떼목장을 계절 별로 다니던 시절, 그 변화를 사진으로 담으며 감상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 대관령 양떼목장 2018년 2월(좌), 2005년 여름(우)

 

뒤편의 넓은 초지로 나가 대관령 시내를 바라보니, 저 멀리 스키 점프대가 보입니다. 강산이 두 번 변했지만 큰 변화 없던 이 마을에 최근 일어난 일을 나타내는 상징물입니다. 대관령 양떼목장에 오면 딸아이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또 한군데 있답니다. 오래전 이곳에는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영화 촬영을 위해 놓았던 피아노는 세월이 흐르면서 부서지고 대신 그 옆 나무에 그네가 걸렸습니다.

 

 

지금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꼭 타보는 명물이 되었습니다. 성별을 나누자는 것은 아니지만, 예로부터 남자는 여자가 그네를 탈 때 밀어주는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아이와 아내가 그네를 타는 동안 도와주고 나니, 살짝 삐죽한 마음이 돋아납니다.

 

 

양떼목장에서 차로 돌아오는 길에 요즘 이 지역 명물로 유명해진 ‘대관령 양빵’을 사 먹었습니다. 모양은 양이지만 내용은 붕어빵과 비슷하답니다. 가격은 개당 500원으로 비싼 편입니다만, 한입만 베어 물어도 비싸다는 인식은 사라집니다.

 

 

단 팥, 단 완두콩, 슈크림이 소로 들어가는 양빵은, 먹어보면 합리적인 가격 이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대관령 양빵의 재료는 삼양목장 입구에 위치한 공장 한 곳에서만 생산한다고 합니다. 판매도 지정된 곳에서만 가능하니, 품질이 유지되나 봅니다. 맛이 썩 괜찮아 자꾸 손을 뻗었더니 10개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또다시 점심 먹을 생각이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족 여행에서 언제나 깨닫는 것, 함께라는 소중함”

 

혼자 여행을 다니던 시절, 주로 삼양목장 내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을 먹었던 일이 기억납니다. 이 식당이 없어진 후에는 목장 매점에서 라면을 사 먹었고 매점에서 음식을 하지 못하게 된 이후에야 횡계 시내에서 밥을 사 먹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한다는 사실이 문득 소중해지며, 그네를 밀어줄 때에 느꼈던 삐죽한 마음을 몰래 집어넣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군것질을 하느라 평창에서 식사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고속도로에 들어가기 전에 황태덕장에 들러 비릿한 냄새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익숙하지만 퇴근 시간 서울 근교와 도심 정체를 대비해 국민 내비게이션 앱을 켰습니다.

 

 

하지만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필요는 없습니다. 렉스턴 스포츠는 풀 미러링을 지원해 내비게이션 앱 뿐 아니라 연결한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과 설치된 앱을 차량의 정보 창을 통해 제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 역시 가능합니다. 아이와 아내가 잠깐 자릴 비운 사이, 9.2인치의 대형 AVN으로 전쟁 게임을 즐기며, 다른 유저의 영토를 공격해봅니다. 풀 미러링 기능은 실로 완벽합니다.

 

오후, 영동고속도로는 더욱 한산합니다. 노랗게 빛나는 겨울 오후 햇살과 더불어 이른 새벽 서둘렀던 탓인지, 한산한 분위기에 잠이 몰려옵니다. 짐칸의 장난감들도 조용하고 2열에 앉은 우리집 두 여성도 잠이 들었습니다. 널찍한 크기 덕분인지 등받이 각도가 높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예민한 우리 가족도 좌석을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 영동고속도로 평창 휴게소에서 둔내 휴게소 사이 구간 평균연비

 

우리는 서울 직전에, 중부고속도로 하남 나들 목에서 퇴근길 정체를 만났습니다. 약 15분 정도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강일 IC에서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이어 올림픽대로를 타고 한강 서쪽으로 달렸습니다. 또 구리암사대교를 건너고 남구리 IC를 통해 서울포천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첫 번째 나들 목인 중랑까지 통행료는 1,500원으로 외곽 순환 고속도로 태릉 나들목을 이용하는 것보다 600원이 비싸지만, 이동시간은 절반도 안되니 당연한 선택입니다.

 

 

아침 6시 20분 집을 출발해 13시간 만에 다시 집에 도착합니다.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 평창 대관령 삼양목장과 양떼목장은 가족끼리 다녀오기 참 좋은 곳입니다. 렉스턴 스포츠의 피지컬을 십분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고급진 SUV 승차감을 느껴보기엔 좋은 시승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