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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와 함께하는 유라시아 횡단기 6편 – 이탈리아, 소박한 아름다움에 빠지다

배를 타고 넘는 두번째 국경이었던 이탈리아로 향하는 길은, 이전 여행지였던 러시아, 몽골,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루마니아부터 짐 검사 없이 간단한 질문 몇 개면 통과할 수 있었기에 여행하는 기분을 더욱 즐길 수 있었어요. 경유국간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유럽은 국경 통과가 수월해서, 마치 하나의 나라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이동이 자유로우니까 때문에 우리 같은 캠핑카 여행객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요.

 

 

“자발적 참여가 인상깊었던 도시, 트롤리”

 

 

이탈리아 남부, 바리 근처에 있는 소도시를 다니며 이탈리아를 탐색했어요. ‘스머프 마을’이라는 별명을 가진 알베로벨로 트롤리 마을이 첫 도착지였는데,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을 뽐내는 마을은 보고만 있어도 너무 즐거운 곳이었어요. 마침 이탈리아는 자전거 경주가 열리고 있었고, 또한 우리가 도착한 날이 딱 그 선수들이 트롤리를 지나는 날이었어요.

 

 

때문에 마을은 온통 자전거 대회를 상징하는 핑크색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점은 상점마다 디스플레이도 대회를 맞아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었다는 거였어요. 자전거 가게의 쇼윈도에는 핑크색 페인트를 칠한 자전거가 비치 되어 있었고, 어떤 잡화점 피크닉 바구니에는 핑크색 리본을 말아 장식하는 등, 주민들 모두가 지역 행사에 동참하는 것이 눈에 띄었죠.

 

 

이탈리아 전체를 아우르는 행사이긴 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이렇게 높다는 점이 감명 깊었어요. 크로아티아에서 봤던 가장 행렬이 그러했듯, 이탈리아 역시 지역 주민들의 진심으로 행사가 채워지는 걸 보니 유럽 작은 소도시만의 끈끈함이 온전히 느껴졌어요.

 

 

서울, 로마, 아테네와 같은 대도시에서 분주하게 자신만의 목적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다가 모두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낯설면서도 즐거웠지요. 그들을 보며, 과연 나는 주어지는 것만 즐기고 평가하는 ‘객체’였을까, 이들처럼 함께 만들어가며 즐기는 ‘주체’였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도 됐고요. 그 곳에서도 이방인으로서 축제를 바라보는 나를 보니 과거에 어땠는지 분명하게 보여 조금 부끄러워졌어요.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아말피 해안 도시”

 

 

남쪽에서부터 올라간 우리는 아말피 해안의 작은 소도시들을 지났어요. 지나보니 이때만큼 자동차 여행이 야속했던 적이 없었네요. 아말피 해안 도로의 너비는 마치 일방통행 수준으로 좁았는데, 굽이굽이 휘어진 양방통행인데다가 수많은 관광객들까지 찾는 곳이었거든요. 게다가 주차장의 규모까지 협소해 넘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역부족이었죠. 지나치는 풍경 속에서 아말피 해안의 도시가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생동감 넘치는 색으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또 바다는 깊고 푸른 색을 뽐내며 빛났지만 누구 하나 멈춰서 음미할 수 있는 이는 없었어요.

 

 

나중에는 빈 자리가 있어도 주차장을 막아서는 경찰까지 가세해, 점점 좁아지기만 하는 도로에서 차를 멈춘다면 아무도 지나갈 수 없었으니까요. 결국 아주 먼 발치에 차를 세우고 조그맣게 보이는 마을 전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죠.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 유산, 친퀘테레”

 

 

아말피 해안의 소도시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이후 친퀘테레의 작은 마을들을 돌아보며 달랬어요. 알록달록한 건물과 아슬아슬한 급경사에 지은 밭이 인상적인 친퀘테레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 보호를 위해 차량출입을 통제해요.

 

 

그래서일까요, 공기가 맑은 곳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가 하늘에 수 놓인 별 만큼이나 많았어요. 땅거미를 지나 밤이 내려올 때까지 마을을 둘러보고 나서야 주차장에 돌아온 우리들은 생애 첫 반딧불이를 본 감격에 아이들처럼 쫓아다녔죠. 카메라에 담을 순 없었지만, 반딧불이가 부드럽게 반짝거렸던 그 섬세한 느낌을 절대 잊지 못할거에요.

 

 

“뜨겁고 아름답다! 명불허전의 도시, 로마”

 

 

로마에 도착하자 유럽의 더위가 우리를 덮쳤어요. 더위에 약했지만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돌아다녔던 기억이 나요. 로마는 도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 마저도 빠져들게 만드는 마성의 도시거든요. 다만 아름다운 로마의 유적은 그만큼 찾는 사람들로 붐볐기에,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일정을 소화하고 다른 도시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치 도장을 격파하듯 공격적으로 로마의 유명 유적지나 관광지를 둘러보았지요. 언제까지나 머물고 싶었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였지만, 복작거리는 관광객과 더위 탓에 할 수 있는 한 빨리 토스카나 지역으로 향했어요.

 

 

“사투르니아라는 행운, 뜻밖의 석회 온천욕”

 

 

토스카나로 향하는 도중에 우연히 사투르니아라는 석회 온천을 만났어요. 터키 파묵칼레를 연상케 하는 이런 온천이 이탈리아에 있으리라 생각치 못했던 우리는, 계획에는 없었지만 온천을 발견한 일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사투르니아 같은 분위기의 온천은 처음 경험하는지라 주위 시선을 의식하느라 쭈뼛대며 들어갔는데, 뜨거울 줄 알았던 물은 미지근하니 딱 기분 좋은 온도라 금방 주변에 어울릴 수 있었어요.

 

 

석회가 많은 성분의 온천수는 부연 하늘색을 띄고 있었는데, 붉은 벌레 같은 것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기에 처음엔 많이 당황했어요. 허나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보며 저도 온천욕에 집중할 수 있었지요. 온천욕을 마치고 나니 피부가 보들보들해져서, 개운한 마음으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어요. 사실 사투르니아 온천을 시작으로, 이후 접한 토스카나 지역은 단 한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보고 있어도 그리워지는 도시, 토스카나”

 

 

푸르른 청보리가 끝없이 넘실대는 들판과 길쭉하게 다듬어진 나무 행렬, 그 끝에는 언제나 동화 곳에서 튀어나온 듯한 집이 이어지는 토스카나. 농사 짓는 시골인만큼 노련하게 가꿔진 정원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죠.

 

 

토스카나 지역 어디를 바라봐도 동화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듯한 마을로 가득했어요. 오돌토돌 오래된 벽돌로 지은 길과 벽 위를 뒤덮는 싱그러운 식물, 현관과 발코니 가득 메운 총천연색 꽃. 유럽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풍경을 이 토스카나 지역에서 가장 깊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원적인 분위기에 처음 와 본 곳임에도 불구하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힘이, 이탈리아 소도시에는 있는 것 같아요. 보고 있어도 그리운 기분이 들었던 청보리밭과 세상 어떤 햇빛보다 따뜻한 색감의 태양을 뒤로 하고, 토스카나를 떠나 돌로미티로 향했습니다.

 

 

무쏘와 함께하는 유라시아횡단기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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