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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아머 타고 가족 여행, 겨울 천북굴단지!

‘제철’ 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요즘 세상이지만, 여전히 철 따라 진정한 ‘미식’ 과 몸에 좋은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인기입니다. 요즘처럼 한파(寒波)가 몰아 닥치는 계절이면 딱 맞는 먹거리는 있는데, ‘굴’ 이 그 대표적인 예죠. 생굴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때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3개월간으로, 3월로 접어드는 산란기에는 독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보관이 어려워 저장해 놓고 먹을 수 없는 생굴을 마음껏 맛보기 위해 직접 떠난 12월 말, 티볼리 아머와 함께 한 천북 굴단지 포토 에세이 시작해봅니다.

 

 

 

“제철 굴 먹기 좋은 12월, 3대가 떠난 여행”

 

‘생굴’ 하면 떠오르는 곳, 충청남도 보령시 천북에 위치한 ‘굴 단지’. 며칠만 더 있다 방문했으면 시간을 맞춰 ‘천북굴축제’(12/28~12/29)도 다녀올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일정을 맞출 수는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살 오른 굴을 맛보는 일보다도, 어머니와 딸아이까지 데리고 3대가 함께 하는 겨울여행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고자 일정을 조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먹기 좋게 살이 오른 제철 굴

 

결혼 이후 통 갈 수 없었던 외가도 방문할 겸 떠난 여행길을 안전하게 지켜준 차는 티볼리 아머입니다. 올해 만만치 않은 경쟁자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예상을 깨고 용호상박(龍虎相搏) 선전중인 녀석이죠. 각각의 여행에 여러 차종을 이용하는 걸 선호하는데, 이번에는 강렬한 레드 컬러에 본넷 위 센스 넘치는 블랙 데칼까지 새겨진 차량이라는 점에서 여느때보다 운전 감성이 충만했습니다.

 

 

“눈이 많은 서해안 해변 지역, 강설 대비는 필수”

 

제 외가와 친가는 모두 충청남도 홍성군에 위치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 곳에서 질리도록 눈을 봤던 터라, 겨울철 방문할 때면 단단히 강설(强雪)에 대비하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현재 타고 있는 액티언은 물론, 그 전에 몰던 쌍용차 모두 사륜구동 방식이라 마음이 놓일 만도 한데, 언제 변수가 생길 지 모를 눈 길 대비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이번 여행 역시 티볼리 아머 4WD 모델로 준비했는데, 차에 맞는 스노체인은 당장 마련할 사정이 되지 않아, 스프레이 체인과 야전삽으로 대신했습니다. 누군가는 웬 극성이냐 할지도 모르지만 ‘단언컨대’ 이건 결코 쓸데없는 짓이 아닙니다.

 

 

금요일, 딸의 하교와 어머니의 생신 축하를 마치고 오후 4시에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집을 떠났습니다. 자칫 러시아워(Rush-hour)에 휘말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최적경로를 따르다 보니 이름도 생소한 도시고속도로 몇 곳을 지나며 몇 번의 통행료를 내지만 초행길이나 다름없이 기억됩니다. 오랫동안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체감됐던 부분입니다.

 

■ 서해안고속도로 야간 주행

 

결국 수원을 지나 비봉 IC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고 나서야 머릿속에서 경로가 정리되고 아는 길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날은 아까부터 저물어 도로 주변이 어둡기 그지없으니, 전에 ‘G4 렉스턴 부산行’ 에서 소개한 바 있는 스마트 하이빔(HBA)기능이 빛을 발할 시간입니다.

 

 

“야간 고속도로 운전 시 시야 밝혀주는 HBA”

 

서해안고속도로의 경우 충청남도 구간에서 낮은 산지를 자주 통과합니다. 중간중간 생태교가 마련됐지만, 절개지 부근에서는 여전히 로드킬 발생이 잦기에 이에 따른 시야 확보가 중요합니다. 상향등은 내 시야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반대 방향에서 오는 운전자에게는 치명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재빨리 전조등을 조작해야 하는데, 귀찮기도 할 뿐더러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전방 시야 확인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스마트 하이빔(HBA)은 운전자가 이러한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수행해주어, 여러모로 편리하고 안전한 기능입니다.

 

■ 일반 전조등 시야 (좌), 상향등 시야 (우)

 

이번 여행에서는 조명이 없는 외진 도로를 통해 마을로 들어가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다행히 몰고 간 티볼리 아머에도 상위 트림에 이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HBA 기능을 사용하려면 티볼리 아머의 등화 시스템을 자동(AUTO)으로 설정하고 해당 칼럼을 앞으로 밀어서 고정시키면 됩니다.

 

 

■ 행담도 휴게소 전경

 

고속도로에 들어선지 한 시간 후, 서해대교에 도착했습니다. 이어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행담도 휴게소에 들러 저녁을 먹습니다. 어머니는 오래 전, 그저 끼니 때우려고 들르던 휴게소에 대한 기억이 여전한지 가락국수를 찾습니다. 하지만 요즘 휴게소는 예전과 달리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음식을 팔거나 맛과 품질이 훨씬 좋아진 곳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어머니께서도 추천해 드린 대로 더 든든한 끼니로 메뉴를 바꾸십니다.

 

 

서해대교는 바다 위에 만들어진 거대한 구조물이라는 특징 말고도 다리 남과 북의 극명한 교통상황 차이로도 유명합니다. 이날도 휴게소 진입 전까지 평균 시속 80~90Km 정도였던 속도가 저녁식사 후 다시 진입하니 시속 110km 이상 낼 수 있습니다. 차의 속도가 늘어나니 차선유지 보조장치, LKAS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차선 변경 신호를 하지 않았음에도 차량이 차선을 넘어가려 할 때 작동하는 기능입니다. 돌발 상황 발생 시, 스티어링 휠을 반대쪽으로 돌려줘 차량이 차선 안쪽으로 복귀하도록 돕습니다.

 

■ 최근 LKAS 기능을 확장해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중인 쌍용자동차

 

집을 출발한지 4시간 10분 만에 홍성 IC에 도착했습니다. 통행료는 6200원이지만 중간에 4개의 요금소를 통과한 탓에 실제 비용은 더 들었습니다. 홍성 IC를 나와 서산 · 안면도 방향으로 5분 정도 더 가다 보면 갈산교차로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안면도 방향으로 좌회전, 다시 약 400M 직진한 후 남당항 방향으로 우회전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지방도로입니다. 민가도 드물고 오후 9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지나다니는 차조차 없습니다. 다행히 오랫동안 다니던 길이라 꼬불꼬불한 도로 선형(線形)에도 운전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홍성군 서부면 갈산면의 한 마트, 남의 집 갈 때 두 손은 무겁게…

 

지방도를 따라가면 남당항까지 가서 다시 내륙으로 조금 돌아가야 하는데 중간에 작은 산을 넘어가는 지름길이 있습니다. 과장해 말하면 내게는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지만 딸 아이는 너무 어둡다고 지나가길 싫어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이 때에도 HBA는 한몫을 했습니다. 자유로운 상향등 사용으로 앞길이 두 배나 멀리 보이자,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임을 확인한 아이가 무섭지만 참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안면대교, 서행이 가장 빠른 길”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시간, 새벽 서해 풍경을 담고자 외갓집을 나섰습니다. 밤새 내린 눈은 뜻밖의 선물이자 또한 운전자의 실력에 대한 도전입니다. 목적지는 안면암. 어젯밤 지나온 갈산교차로 방향으로 가다 다시 궁리항 방향으로 틀면 서산 방조제로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세상은 하얗지만 도로에 쌓인 눈은 이미 녹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로 상황에 따라 네 바퀴 굴림(4WD)과 앞 바퀴 굴림을 적절히 사용했습니다. 도로 상태는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안면도와 태안반도 사이는 잇는 안면대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이 다리는 150m 밖에 안 되는 왕복 2차선의 작은 규모지만 엄연히 바다 위에 세워졌습니다.

 

 

운전경험이 많은 분들이라면 겨울철 교량 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압니다. 일반도로 보다 온도가 낮아서 쉽게 결빙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이미 내린 눈이 녹다가 다시 얼어붙어 생기는 블랙 아이스는 운전자가 식별하기 어려워 더욱 위험합니다. 이날 안면대교 위는 내린 눈이 녹을 새도 없이 얼어버렸습니다. 이 도로의 규정대로 시속 50Km로 회전 구간을 지나니 다리가 보이는데 노면이 하얗습니다. 눈만 쌓인 거라면 가속페달에서 발은 떼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여 지나면 되지만 얼음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다리 중간에는 트럭 한 대가 가로로 막고 서 후진 중입니다. 한 차례 미끄러진 후 자세를 바로잡으려는 것처럼 보였는데, 오가는 차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 얼음판이 돼 버린 안면대교 위를 서행하는 차들

 

일단 진입 속도를 더 줄여야 합한다는 생각에 브레이크를 가볍게 눌렀습니다. ABS가 작동하지만, 그럼에도 워낙 급제동인지라 감속효과가 미미합니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다행이 트럭이 후진을 멈추더니 그대로 섭니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기어를 M으로 바꿉니다. 동시에 기어 왼쪽 스위치를 4단, 3단, 2단으로 서서히 내리면서 스티어링 휠을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여 트럭을 피합니다. 트럭을 피한 직후 구동방식을 네바퀴 굴림으로 바꾸고 가속페달 조작 없이 안면대교를 건넜습니다. 그러면서도 역시 안전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운전 기술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 안면암(좌), 안면암부교(우)

 

목적지인 안면암은 77번 지방도에서 차로 7분 정도 동쪽으로 이동하면 나옵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적이 벌써 15년 전인데, 당시엔 정당마을까지는 콘크리트 포장이 되고 마을에서 안면암까지는 비포장도로였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는 도로가 전부 포장 돼 있음은 물론, 주차장까지 생겨 있었습니다. 안면암은 그 앞 바다에 놓인 부교(浮橋)가 유명해지면서 사찰의 규모도 덩달아 커진 경우입니다. 소승 불교식의 화려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기존 건물에도 비슷한 장식이 추가되면서, 지금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여관처럼 기묘하면서도 조밀한 장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절 입구에는 펜션과 카페도 들어섰습니다.

 

■ 남당항 앞의 티볼리 아머

 

절이 어찌 됐건 내 목표는 부교와 그 너머 쌍섬입니다. 신기하게도 안면도 해변의 섬들은 하나같이 쌍을 이룹니다. 꽃지해수욕장 앞의 마주보고 선 할배 바위, 할매바위가 특히 유명합니다. 둘러보고 외갓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궁리항 해변도로를 따라 어사리, 남당항을 통과했습니다. 남당항은 인천 소래, 안면도 백사장항과 함께 대하축제로 유명합니다. 어린 시절 이곳은 작은 배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커다란 접안시설을 갖추고도 정작 배는 없습니다. 홍보방조제 공사와 남당항 매립사업으로 작은 고깃배들의 접안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처음 대하축제를 했을 때 소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해안사구와 솔밭이 아름다운, 기지포 해변”

 

아침 식사 후 어머니와 딸을 태우고 다시 안면암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나니 주변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입니다.  어느새 그렇게 사람들이 몰렸는지, 주차장도 곳곳마다 이미 만원입니다. 부교는 이른 아침과 달리 물이 빠져 갯벌 위에 올라 앉았습니다. 이 엉성한 다리를 건너 섬에 다녀왔습니다.

 

 

백사장해수욕장과 안면해수욕장 사이의 기지포 해변에도 들렀습니다. 특별히 뭔가를 하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딸아이에게 넓은 모래사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솔밭 사이를 지나 해변에 차를 세우니 규모는 작지만 태안지역 특유의 해안사구(海岸沙丘)가 보입니다. 그 너머로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집니다. 마침 물은 멀리 빠져나가 있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안면도 기지포해수욕장은, 끝에서 끝까지 거리가 1Km 남짓입니다. 2Km의 안면해수욕장, 3Km에 달하는 꽃지해수욕장에 비하면 작은 편으로 나뉩니다. 딸아이는 처음에는 귀찮다고 차에 있겠다고 하더니 심심했는지 차에서 나와 모래 위를 뛰어다니고 그림을 그리며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덕분에 점심 식사가 늦어졌습니다.

 

 

점심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정한 ‘천북굴단지’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떠난 외갓집 바로 옆을 다시 지나 홍성 · 보령 방조제를 넘었습니다. 방조제에 붙어있는 수룡항을 지나니 방파제 끝에 어마어마한 차량 정체가 실체를 드러냅니다.

 

 

“천북 굴단지, 가성비 최고의 굴요리 향연”

 

 

홍보방조제는 홍성군 서부면 안흥동 해변과 보령시 천북면 해변 사이 약 2.2Km을 가로막은 시설입니다. 두 곳은 예전부터 갯벌이 잘 발달돼 게 · 조개 · 굴 채취가 이뤄지던 곳입니다. 하지만 방조제 공사 후 해산물 생산량은 감소하고 대신 유통시설이 생겼는데 그것이 천북굴단지의 시초입니다.

 

■ 홍보방조제의 전경

 

차량 정체의 원인은 국도변 양쪽에 세워 둔 차량들입니다. 천북굴단지내 주차장이 있지만 모두 합쳐봐야 50구획이 안됩니다. 게다가 현재 영업 중인 곳은 임시 장소라 주차환경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꿀팁을 드리자면, 이런 음식명소는 평일에 가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휴일에 가는 경우는 점심시간을 살짝 지나서 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이 오후 2시였는데, 한 시간 정도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정체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 천북굴단지 먹자거리의 풍경

 

어디가 맛있다거나, 어느 가게 서비스가 좋다는 등의 사전정보 없이 첫 집에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다른 곳을 기웃거려 보니 대부분 같은 형태로 운영 중이었습니다. 사실 이맘때 비슷한 지역에서 생산된 양식 굴이라면 가게마다 맛 차이가 있을까 싶습니다. 회로 먹는 경우라면 몰라도 굽거나 쪄서 먹는 경우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서비스 품질도 특별히 달라 보이는 곳은 없었습니다.

 

 

요즘 천북굴단지 인기 메뉴는 구이와 찜입니다. 식사로는 칼국수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또 평일과 저녁시간에 찾는다면 굴밥과 생굴, 생선회도 판매합니다. 우리 일행은 굴 구이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3만 원. 그 내용과 품질을 떠나 일단 가격 접근성이 좋습니다. 메뉴 판에 없는 ‘구이 반 찜반’ 같은 특별주문(?)이 가능한 가게도 있으니 취향 따라 선택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 천북굴단지 맛집의 굴찜과 굴구이

 

구이와 찜 중에 ‘어느 것이 맛있는가’ 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굴구이는 확실히 요란합니다. 굴 껍데기는 너무 뜨거워지면 표면 일부가 폭발(?)하듯 큰 소리를 내면서 그 파편이 옆자리까지 튈 정도로 위력적입니다. 앞치마는 물론, 모자라도 써야 할 판입니다. 어수선한 분위기도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싶은 이도 있는 법, 할머니와 아빠가 건네는 구운 굴을 잘 받아먹던 딸아이는 몇 차례 폭발을 경험하더니 더 이상 안 먹겠다고 울상 짓습니다.

 

 

종업원을 불러 나머지 굴은 찜으로 먹고 싶다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해 주셔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굴찜은 가게 입구의 화덕에서 따로 익혀서 상에 차려집니다. 먹는 방법은 찜, 구이가 동일합니다. 껍데기가 뜨거워 고무 코팅된 장갑을 끼고 빵 칼로 입을 벌려 속살을 꺼내 먹어야 합니다. 딸아이도 상이 정리되고 조용한 분위기가 되니 다시 굴을 먹습니다. 식사의 마무리는 칼국수로 한 그릇에 5000원입니다. 혼자 먹으려고 주문했는데 어머니와 딸아이가 거들면서 그날도 과식을 면했습니다.

  • 석화는 굴의 다른 이름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큰 굴을 석화로 부르는 경향입니다. 굴은 조개과 연체동물로 보통은 암수가 한 몸에 있는 자웅동체(雌雄同體)지만 산란기에는 ‘웅’의 성질이 강하고 이후에는 ‘자’의 성질을 띱니다. 남해에서 발견되는 굴은 흰 색을, 서해 굴은 흰 색에 검은 줄이 섞인 것이 특징입니다.

 

 

천북굴단지는 남당항이 그랬던 것처럼 임시건물이 많습니다. 가격 접근성이 좋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상가와 대형 주차장이 마련된 곳에서 이 가격에 굴을 맛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전 굴단지 자리의 공사가 끝나면 여기도 다른 분위기로 바뀔 것입니다. 미리 바뀐 방조제 건너 남당항 쪽은 몇 년 전부터 비싸다는 평을 받고 나서 손님이 줄었다는 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 상인들이나 방문객들 모두 쾌적한 환경과 넓은 주차장을 지원한다고 하니, 다음 시즌에는 어쨌든 달라진 단지 모습이 돼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후 3시 30분 천북굴단지를 출발했습니다. 하루 종일 하늘이 내려앉은 듯 차분했다가 차츰 진짜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토요일 오후, 도로의 정체는 심각합니다. 서해대교 중간쯤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했고 내비게이션은 몇 개의 고속도로를 넘나들라 지시하지만 정체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삼청동 어머니 집에 도착하자,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어 있었으며 노원구에 도착하니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음식축제 기간을 앞두고 분주할 적에 해당 지역을 방문한다는 것은 퍽 낯선 일이었습니다만 이번 여행은 교통 체증을 제한다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철 굴 맛과 착한 가격이 기억에 남는 좋은 점이었습니다. 3대가 함께 외갓집을 방문했다는 사실에서도 기억에 오래 저장될 겨울 여행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