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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와 함께하는 유라시아 횡단기 2편 – 고된 몽골 여행의 기억

“다시 찾은 몽골의 올란바타르, 회색빛 도시 속으로”

 

우리, 그리고 무쏘가 함께 마주한 몽골의 첫 국경은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도와주는 이 없이 통과하는 첫 국경이기에 긴장했고, 7년전 봉사활동으로 왔던 추억과 재회하는 설렘도 있었습니다. 긴장했던 것과 달리 무사히 국경을 통과했고, 우린 바로 몽골 수도인 울란바타르로 향했습니다.

 

 

울란바타르의 하늘은 부옇게 보였습니다. 분지지형인 울란바타르는 화력발전, 중앙난방을 시행하는데요. 화력발전소는 분지 내에 있고, 서울처럼 자동차가 도로에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게르촌이 있는데, 이 게르촌의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사정이 그나마 좋은 집은 갈탄, 그렇지 않으면 폐타이어, 페트병 등 불에 타는 모든 것을 난방연료로 써 공기오염 등으로 회색빛깔을 낸 것이죠.

 

몽골은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는 만큼 겨울이 매우 추운 나라이기에 가난한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태울 수 밖에 없다고. 도시 외곽에서 뿜어져 나오던 화력발전소의 연기, 도로를 가득 채운 차의 매연, 게르에서 솟구치던 갈탄 연기까지. 7년만에 재회한 울란바토르의 첫인상은 온통 스모그로 가득한 회색빛이었습니다.

 

7년 전 여름, 울란바타르의 맑은 하늘을 봤던 저의 경우 하늘을 보고 1차 충격을 받았고, 가난한 이들이 생존하려 발버둥치다 만든 환경오염에 2차 충격을 받았습니다. 언젠가는 겨울에도 울란바타르에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매연 가득한 이 도시를 조금이라도 보고가자는 생각에, 빠른 속도로 훑어보았습니다. 불교와 샤머니즘이 많은 몽골답게 화려한 불교사원과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형형색색의 천이 묶인 어워(Ovoo)가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소원을 담아 천을 묶어 놓은 어워를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의 서낭당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매연에 고통스러웠던 우리는 겉핥기로 울란바타르를 슥~ 둘러보고는 고비사막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사막을 향한 고된 여정의 시작”

 

 

여름이면 고비사막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하지만 겨울엔? 여름과 달리 거의 모든 게르촌이 철수, 투어를 하는 차를 보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반이라는 친구의 도움으로 한 아저씨를 소개받았고. 알짜 정보를 얻어 사막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사막이라고 하면 모래 가득한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지형을 많이 떠올립니다. 저와 남자친구 역시 그랬죠. 사막은 연평균 강수량 250밀리미터 또는 그 이하의 건조도를 가진 지역을 말하는데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모래언덕 외에도 들판, 산 역시 사막일 수 있는 것이죠.

 

 

우리는 욜린암부터 방문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양 옆에 솟아 있고, 땅에는 꽁꽁 언 강이 우리의 접근을 방해했습니다. 잘 얼어 있는지 조심스레 확인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깊이 들어갔고, 깊이 들어갈수록 지형이 주는 위압감은 커졌습니다. 우린 결코 체감할 수 없을 아주 오랜 시간의 흔적을 담은 거대한 벽. 이 같은 자연 앞에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확인하며, 인간의 오만을 조금 깎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죠.

 

 

거대한 돌산에 둘러싸여 하룻밤을 보낸 우리는 남자친구가 기대하고 고대하던 모래사막을 보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빨래판처럼 너덜거리는 길을 지나 겨우 도착한 마을. 길 상태가 좋지 않아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됐고, 덕분에 마을 뒤로는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낯설고 허름한 마을에서 우리는 어디가 안전할까 헤매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적당한 곳이 보이지 않았지만, 늦은 시간 음식을 사기 위해 들린 상점에서 귀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어머니와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삼남매였습니다. 우리는 이들 집에 차를 세우는 것에 대해 물었고, 이들은 염치없는 여행자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심지어 집에 데려가 저녁식사까지 대접했습니다. 할머니까지 다섯식구가 게르 안에서 생활하는 이 가족은 낯선 이를 따스하게 맞아주었고, 식구 수에 맞춰 준비한 요리까지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날 밤, 몽골이란 나라에 한걸음 더 깊숙이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따뜻한 대접을 받았으니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역시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사진 뿐. 전일 저녁 찍었던 사진을 인쇄해 선물했고, 가족들은 활짝 핀 얼굴로 작은 선물을 받아주었습니다.

 

 

“거대한 자연의 위용, 다이내믹했던 고비 사막의 기억”

 

 

영하 30도 추위에 벌벌 떨며 일어났었던 다른 아침과는 달리, 이들 가족 덕분에 따뜻하게 고비사막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따뜻함도 잠시, 우리는 곧 차갑게 식고 말았습니다. 고르지 않은 길에서 차 멀미를 한 것은 물론, 길이 아닌 곳에서 모래에 빠질 뻔 했던 것. 힘들게 빙빙 돌아 사막에 도착한 것은 천운이었습니다.

 

사막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지쳐 있었습니다. 모래사막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저의 경우, 남자친구 때문에 고생을 한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죠. 기분이 좋지 않았고, 배고픔과 멀미가 동반했지만 멈추지 않고 사막에 올랐습니다.

 

사막에서 밤을 지새며 별을 찍고 싶다던 남자친구는 결국 저를 배려해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 오늘 하루를 떠올렸습니다. 고된 사막의 기억도 잠시, 남자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깊어지는 밤이었습니다.

 

 

다음 날, 마지막으로 우리가 방문하려던 사막지형은 붉은 절벽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는 길에 타이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또 다시 지역 주민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유압자키도 영하 30도의 온도에서는 얼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자동차로 몽골 오프로드를 달릴 계획이라면 좋은 타이어를 써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처럼 지형과 지역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 없이, 또 전문가 없이 여행객들끼리 차 한대로 사막을 다녀오는 것은 사실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투어사에서도 절대 자동차 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막에서 자동차가 빠지기라도 하면 빠져나올 수가 없고, 고립되어 조난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투어사는 늘 두대 이상 함께 움직이며, 문제가 생기면 바로 자동차를 버리고 다른 한대에 모두 옮겨 타 일단 빠져나온다고 합니다.

 

사막을 다녀온 뒤에서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당시 얼마나 무모했는지 반성하게 됐죠. 이렇게 우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해도 되는 것, 해야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배워갔습니다.

 

 

“여행의 묘미, 몽골에서의 또 다른 인연”

 

 

다시 눈 쌓인 도로를 뚫고 도착한 울란바타르에서 우리는 한국인 한 명을 소개 받았습니다. 만나자 마자 엄청난 저녁식사를 대접하더니, 흔쾌히 본인과 동료들이 함께 묵는 숙소에서 지내라고 하더군요. 일주일 가까이 지내며, 여행을 시작한지 한달만에 호의호식 할 수 있었죠.

 

저녁마다 잔을 기울이며 대화하던 그 시간이 너무나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고 즐거웠죠. 이런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몽골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 ‘우리가 다시 만나서 이렇게 즐겁게 웃고 떠들 날이 올까?’ 하는 생각에 이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함께했던 우리 모두에게 이 시간이 따뜻하게 기억되길 바라며, 다시 만날 그 날에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기를..

 

 

하바롭스크에 이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을 보면 우리에겐 여행의 운이 따라 주는 건지도 모를 일이죠. 여행이 계속되면서 집에 돌아갈까 생각했던 날이 많았고, 이는 몽골에 오면서 더 심해졌었는데요. 사막에서 많은 위기의 순간을 겪고, 너덜거리는 도로를 계속 달리며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 온다고 했을까’, ‘돌아가야 겠다’고 생각한 날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풍경이 선사하는 기쁨, 함께 하는 마음씨 착한 남자친구,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여행은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올 여행이 설렐 수 있었죠.

 

무쏘와 함께하는 유라시아횡단기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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