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뉴 티볼리 타고 간 생애 첫 군산여행 2편

군산 야행 : 근대역사박물관, 진포해양테마공원

 

 

군산의 가게들은 유흥주점, 편의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저녁 9시면 문을 닫습니다. 우리 가족이 걸어서 군산항에 도착한 시각이 8시 20분경인데도 이 지역에서 유명한 먹방이와 친구들, 미즈 카페 등이 벌써 마감 중입니다.

 

 

 

 

군산 시내 중심가보다 다소 빨리 닫는 이유는 길에 사람이 드물기 때문입니다만 늦은 시간에 간간이 돌아다니는 타지 인들에게는 문 닫힌 화려한 건축물보다는 들어가 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제대로 된 군산야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는 20세기 초 건물들은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내니 여행 온 기분을 돋우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은 지 100년 내외의 건물들 사이에 커다란 현대식 건축물 하나가 눈에 띄는데요. 바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입니다. 군산에 대해 빠르게 이해하려면 이곳이 딱 입니다만 낮에 일부러 관람하기에는 동선이나 일정이 분주합니다. 하지만 갈 곳 없는 밤 시간이라면 다른데요. 이곳이 더 매력적인 것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무료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에도 모든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지만 조명을 제외한 전원이 차단된 상태라 영상 관람 등은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이곳의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1000원이고 군산시민은 각각 반 가격입니다. 또 박물관에서 통합권을 구입할 수 있는데요. 이에는 박물관, 진포해양공원 위봉함, 근대미술관 등의 입장료가 포함됩니다.

 

 

각 구성의 가격을 살펴보면 성인 기준 1000원, 700원, 300원으로 개별 구입 시 보다 50에서 60퍼센트 할인된 가격에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1월 1일과 매월 첫 번째, 세 번째 일요일 또 군산시장이 정한 휴관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운영됩니다

 

 

박물관 내부는 3층으로 구성돼있는데요. 1층 해양물류역사관은 신석기시대부터 대한 제국 시절까지의 이 지역 역사가 출토되거나 기증받은 유물 등과 함께 설명됩니다. 2층은 기증자료 전시관과 근대화 관련 자료 규장각이 위치하며 3층은 기획전시실과 근대 생활관이 마련돼있는데요. 2019년 8월 현재, 동학 관련 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근대 생활관은 일제강점기의 군산항 인근 거리를 약 80퍼센트 크기로 재현해 놓은 공간입니다. 주요 콘텐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곡 거래소를 중심으로 고무신 가게, 극장, 학교, 군산역, 선술집 등이 배치돼있고 각각에는 소소한 체험거리들이 마련돼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면 더욱 의미 있을 듯합니다. 마침 극장 옆에 지게가 세워져 있길래 30년 만에 져봤는데요. 뒤에 짐이 실리면 무게중심 잡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는 삐딱하게 메보고는 ‘쉽네’ 하며 벗어 던집니다.

 

 

 

 

우리 가족은 마감시간이 다 되어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을 나왔는데 이어서 지척의 진포해양테마 공원으로 향합니다. 앞서 선유도에 대한 설명에서 언급했듯이 진포는 군산항의 옛이름입니다. 또 이곳은 고려 때 최무선이 개발한 화포가 처음 사용된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진포대첩 때의 일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군산시는 옛 군산항 하역장에 퇴역한 M48A3 전차, 장갑차와 F4E 팬텀 II, C30 같은 군용 항공기를 전시하고 거기에 더해 퇴역한 해안경비정 한 척도 배치합니다. 이곳이 바로 진포해양테마공원입니다.

 

 

 

 

공원 주차장 이용, 뜬다리(부잔교)와 군 장비 관람은 무료지만 진포대첩기념관으로 운영되는 상륙함(위봉함 676)* 입장은 유료입니다. 상륙함 운영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이고 동절기에는 한 시간 일찍 문을 닫습니다.

* 1945년 미국에서 건조된 군함으로 미 해군 현역으로 운영되던 중,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상륙 작전 등에 참전했다. 1959년 이후 한국 해군이 인수해, 월남전 등에서 사용된다. 2006년에 퇴역 후 2007년 군산시에 인계된다.

 

 

진포대첩은 고려 우왕 (재위:1374~1388) 1380년에 당시 조창**이 있던 진포에 왜구 1만 명가량이 상륙한 것을 격퇴한 사건입니다. 이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은 군산(진포)이 오래전부터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모아 다른 곳으로 실어 보내는 곳이었다는 점입니다.

** 각 지방에서 매번 왕에서 진상하는 쌀 등을 모아둔 창고

 

 

 

 

현재 군산항은 원래 기능을 대부분 잃어버린 상징적 시설로 남아있습니다. 이곳에 남아있는 뜬다리 처럼 말입니다. 이는 1926년에서 1933년 사이 ‘제3차 축항 공사’ 기간에 3기가 건설됩니다. 일본제국주의가 소위 대동아공영을 지껄이며 태평양 일대에서 전쟁을 벌이던 시기, 그들은 호남 곡창지대에서 생산된 쌀을 헐값에 사들여 본국으로 옮기기 시작하는데요. ​뜬다리는 가능한 많이 착취하기 위해 만든 시설인 셈입니다. 이후 3기가 더 만들어져 광복 때까지 총 6기가 가동되다가 현재는 3기만 남아있습니다.

 

 

 

 

참고로 뜬다리 한 개에는 총 배수량 3천 톤 급 기선 한 대가 접안 가능했다는데요. 이는 현재 한국 해군에서 운영하는 충무공 이순신급(KDX-II) 구축함들과 같고 현재 서울 성산대교 옆에 정박된 서울함 두 대 규모입니다.

 

 

​이날 우리가 숙소를 나와 이동한 거리는 8킬로미터 정도지만 시간은 4시간이나 흘렀습니다. 근대화 거리 곳곳의 풍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걸었더니 더욱 피곤합니다.

 

 

 

 

군산여행 2일차 일정은 숙소에서 아침을 먹는 일로 시작합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여미랑 예약이 어려웠기 때문이지만 박대 구이가 포함된 조식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습니다.

 

 

 

 

이성당, 먹방이와 친구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체크아웃 했는데요. 이날 우리 가족은 오후까지 군산 여행을 마치고 부산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숙소 인근의 히로스 가옥을 둘러봅니다. 이곳은 일본강점기 일본인 부자들의 가옥 형태가 잘 보존된 곳으로 명칭은 당시 집주인의 이름이 히로쓰 마에였기에 붙여진 것입니다.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닙니다.

 

 

 

 

이어서 우리 일행이 향한 곳은 월명동 끝에 위치한 이성당입니다. 이곳은 1945년 개업한 빵집으로 단팥과 야채빵으로 유명합니다. 지금은 중소기업 규모로 성장했고 두 개의 건물로 운영됩니다. 이날 비가 오락가락하고 태풍이 상륙할지도 모른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본관 계산 대기 줄이 꽤 깁니다. 하지만 건물 밖까지는 아닌데요.

 

 

 

 

우리는 다른 종류의 빵을 파는 신관에 머뭅니다. 내 돈 내고 줄 서는 것을 모두 다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산 빵은 나중에 부산 해운대에서 먹게 됩니다.

 

 

다음 코스는 옛 군산세관 청사와 옛세관창고 카페 ‘먹방이와 친구들’입니다. 이곳은 차가 들어갈 수 없는데요. 따라서 타고 간 베리뉴 티볼리는 인근 진포해양테마공원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갑니다.

 

 

 

 

이곳은 군산의 시민단체가 인문학 강의와 콘서트를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카페의 정식 명칭은 ‘정담’이지만 ‘먹방이와 친구들’로도 불립니다. 이는 이 단체가 만든 캐릭터인데요. 이게 나름 잘 만들어져서 최근에는 외국의 라이선스 쇼에도 출품됐더군요.

 

 

 

 

내부는 크게 3개로 분리됩니다. 카페와 캐릭터 상품 판매대, 작은 도서관, 공연장 등입니다.

 

 

 

 

이날 나는 지난 6월에 그랬듯이 황제 커피를 주문합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드립 커피보다는 비싸지만 뒷맛이 부드럽고 깔끔한 것이 좋은 원두를 사용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메뉴를 추천해야 할 이유는 맛보다 멋 때문입니다. 황제 커피에만 사용되는 커피잔은 마치 드라마 도깨비의 김신 장군이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 파리에서 직접 사온 듯 고풍스러워 마시는 기분이 남다릅니다.

 

 

 

 

여기서 황제는 군산이 개항된 1899년 당시 대한제국 고종황제를 뜻합니다. 커피잔도 당시 황제가 즐겼다는 가베 잔과 흡사한 디자인을 선택한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 나는 거의 모든 음료를 머그에 담아 마시지만 격식 차린 커피잔을 사용하며 대한 제국 시대를 떠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나는 이 카페와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내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카메라 가방을 두고 서울로 돌아간 사연입니다. 다행스럽게 카페 스태프가 빠르게 연락해오고 택배로 보내줘서 그 해프닝은 추억거리로 남게 됐고 다시 방문할 이유가 생긴 셈입니다.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태풍이 다가옵니다. 이제 군산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경암동 철길마을로 향합니다. 이곳은 진포해양테마공원 주차장에서 3킬로미터 거리이고 차로는 7분 정도 소요됩니다.

 

 

 

 

경암동 철길마을

 

 

현재 군산항 인근 지역은 190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 바다였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이 매립해 땅을 만든 것인데요. 애초에 벌판이던 이 지역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방직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지금 경암동 철길마을로 불리는 곳도 마찬가지인데요. 해방 직전인 1944년 신문용지를 생산하는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2.5킬로미터 철길이 놓이면서 기찻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합니다.

 

 

 

 

화물열차는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30분 또 오전 10시 30분에서 정오 사이에 마을을 통과했습니다. 시속 10킬로미터 정도의 느린 속도였지만 평균 폭이 3.5미터인 골목을 무게 60톤에 너비 2.7미터인 디젤기관차가 지나는 상황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따라서 기관차 앞에는 항상 두 명의 안전요원이 매달려 미쳐 치우지 못한 장애물을 정리하고 골목을 살폈습니다. 주민들도 분주해 빨래, 키우는 화분과 짐승들을 거둬들이고 창문을 닫았습니다.

 

 

 

 

호루라기와 고함소리가 난무하던 팍팍한 삶이었지만 이런 분주함조차 추억이 된 것은 화물열차 운행이 2008년 7월 1일 자로 중지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철길과 마을은 방치되는데요. 그러다가 독특한 장소라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합니다.

 

 

 

 

지금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의 모습은 열차 통행만 빼면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있다는 철길 시장 같습니다. 1970년 후반과 80년대 사이에 지어진 낡은 건물들에는 당시 장난감, 먹거리 등을 파는 가게가 들어섰고 방문객들은 딱지, 달고나 등을 통해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이곳에서 검정 교복과 교련복을 입은 관광객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답답했던 권위주의 시절의 상징인데요. 이것은 이곳에서 어른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위안을 젊은이들에게는 낯선 매력을 선사합니다.

 

 

 

 

딸아이는 이곳에서 부모에게 들었던 종이 인형을 사고 뽑기의 허무함도 경험합니다. 반면 나는 아주 소수만이 찾던 옛 모습이 그립습니다.

 

 

 

 

우리는 부산 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경암동 철길마을에 예정보다 두 배의 시간을 머문 탓입니다. 다음 행선지인 광안리까지는 286킬로미터 떨어졌고 차로 3시간 반 가량 걸리는데요. 시간은 이미 오후 1시가 넘었고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집니다. 나는 타고 간 베리뉴 티볼리를 재촉해봅니다. 이미 잘 달리고 있지만 주마가편(走馬加鞭)인 셈입니다.

 

 

 

 

부산에서의 일정은 앞전에 먼저 소개해드렸습니다. 베리 뉴 티볼리와 함께 한 호캉스, 그리고 카캉스! 아직 보지 못한 분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베리 뉴 티볼리와 함께한 군산여행 1편 보러가기

베리 뉴 티볼리와 함께한 부산여행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