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뉴 티볼리 타고 간 생애 첫 군산여행 1편

나는 올해, 생애 처음으로 군산을 가봤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지난봄에 친구들과 갑작스레 다녀왔는데요. 이곳은 1900년 초반 당시 분위기가 남아있어 최근 레트로(Retro) 열풍과 함께 관심받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특히 군산항을 끼고 줄지어 늘어선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은 낭만주의 시대의 아름다움과 제국주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항구를 끼고 만들어진 월명동에는 가로세로 정확하게 구획된 당시 신도시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골목 곳곳에서 발견되는 당시 일본인들이 지어놓은 건물들인데요. 현재 대부분이 상업시설로 활용되지만 우리나라 근대의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태풍 오던 날 군산 여행

 

 

우리 가족은 태풍 다나스가 다가오던 날 군산 여행을 시작합니다. 지난봄 여행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데요. 특히 이젠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선유도와 지난번에 방문 못한 경암동 철길마을이 궁금합니다.

 

 

 

 

이번 여행에는 오랜만에 티볼리를 몰았습니다. 지난가을 부분 변경된 2019 티볼리 아머 에디션 이후 9개월 만입니다. 이번 베리뉴 티볼리는 메인 대시 디자인, 계기판, AVN이 달라졌는데요. 특히 이번에 처음 쌍용차에 탑재된 1.5리터 가솔린 터보 직분사 엔진까지 더하면 플랫폼과 시트만 빼고 다 바꿘 셈입니다.

 

 

이번 군산행에 티볼리를 타고 가기로 결정한 후 나는 1.5 터보 GDi 모델이 배정되기를 바랐는데요. 이차의 달린 엔진은 제원상 최대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26.5kg.m로 그 넘쳐나는 힘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군산 여행을 떠나기 전, 태픙 소식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들었는데요. 누가 뭐래도 여행만큼은 직진하는 우리 가족입니다. 반면 다소 두려운 이 기상현상은 군산의 분위기를 오묘하게 만들었는데요. 며칠 동안 짙은 구름에 덮여 특징 없던 차창 밖 풍경이 달라진 것은 보령시 인근을 지날 때부터입니다.

 

 

 

 

새만금 방조제가 바꾼 선유도

 

 

군산 여행 첫 목적지는 군산과 변산 반도사이 바다에 떠 있는 선유도입니다. 예전에는 군산에서 배를 타고 2시 30분 이상 걸리는 곳이었지만 새만금 방조제 도로공사가 완공되면서 이미 만들어진 섬의 다리들과도 연결돼 이제는 차로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4개 섬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곳은 군산 시내에서 45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차로 이동하면 45분 가량 소요됩니다.

 

 

 

 

이곳은 행정구역 상 군산시 옥도면으로 총 63개 섬이 묶여 구군산군도로 불립니다. 이중 16개 섬에 사람이 사는데요. 인구는1990년 기준으로 2000명이었다고 하는데 방조제 공사 시작 이후 급격히 줄어듭니다.

 

 

 

 

새만금 방조제는 총 길이가 33킬로미터로 이전까지 세계 최장이던 네덜란드 자위더르 보다 500미터 더 깁니다. 공사비는 6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간척공사가 마무리되면 여의도 면적의 150배가 넘는 평지가 만들어지니 ‘단군이래 최대의 공사’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36년째 공사 중인걸 보면 이 역시 역대 최고입니다.

 

 

 

 

그 시작은 1983년부터지만 지역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과 시작을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2006년 물막이 공사를 끝내고 지금은 담수화와 매립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새만금이란 이름은 만경과 금만평야를 잇는 새로운 땅을 만든다는 의미로 지어졌습니다.

 

 

 

 

군산의 유래

 

 

선유도의 옛 이름은 군산도입니다. 이곳은 고려 시대부터 조운선*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됐습니다. 중국 송나라 기록에 의하면 강화도 아래 1000대의 배가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항구는 군산이 유일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왕의 행궁이 있었다는 언급까지 존재합니다.

* 왕에게 진상되는 각종 물품을 운반하기 위해 각지방 거점을 순회하는 국가소유의 배를 말함.

 

 

조운선 중 일부는 지금의 군산항인 진포에 정박하여 그곳에 보관 중인 쌀을 실었는데요. 왜구들이 군산도를 돌아 진포를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자 조선시대에 이르러 수군 주둔지를 진포로 옮깁니다. 이때 군산이라는 지명도 가져가는데요. 이것이 현재 군산과 고군산군도의 유래입니다.

 

 

 

 

여름 피서지로 유명해

 

 

선유도는 행정구역 상 1, 2, 3구로 나눠지는데요. 2구는 서해 카페리가 오가던 시절부터 섬의 출입구였습니다. 지금도 약 40대 규모의 공용주차장, 방문자 센터가 위치해 나름의 번화가입니다. 또 선유도해수욕장 관련 편의 시설과 짚 라인의 출발지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어서 좁은 모래사구 위에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 3구 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붉은 바위산 두 개가 보입니다. 해발고도 155미터의 망주봉입니다. 한 선비가 이곳으로 귀향와 먼 한양을 바라보기 위해 매일 올랐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선유도 해수욕장과 모래사구의 상태를 보면 새만금 방조제 사업 이후 생긴 문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방문한 시점은 해수욕장 개장 전인데요. 보통 요맘때 모래를 대량으로 날라와 쏟아 붓는다고 합니다. 공사 이후 모래가 지속적으로 쓸려 내려가는 통에 뻘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나는 해수욕장 끝 단 3구 쪽 해변으로 들어가 봤는데요. 처음에는 조개를 채취하는 작업장으로 착각했을 정도입니다. 2구와 3구를 연결하는 모래톱도 원래보다 좁아져 유실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로 보강하면서 도로를 내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예전에는 자전거나 손수레를 끌고 다니던 길에 외지인의 차가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자전거나 2륜 오토바이 대신 지붕 달린 전기 3륜 오토바이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이것의 대여료는 한 시간에 3만 원 선입니다.

 

 

 

 

짜릿한 자극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선유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짚라인을 그냥 스쳐지나지 못할 겁니다. 이것은 10층 높이에서 700미터 떨어진 솔 섬까지 날아가며 선유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체험입니다. 1회 탑승료는 2만 원이고 전망대 출입만 원할 경우에는 입장료가 1500원입니다.

 

 

짚라인은 1월과 2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됩니다. 다만 5월과 6월에는 한 시간, 성수기인 7월과 8월에는 두 시간 더 연장돼 오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날 나는 타고 간 베리뉴 티볼리를 3구 입구 공터에 세우고 도보로 2구 일부와 솔 섬 등을 돌아다녔는데요. 그 동안 가족들은 해변에서 조개 조각을 줍습니다. 이날 우리는 날이 지기 전에 군산 시내로 가야 했기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섬을 돌아봤지만 휴가철을 피해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논밭 스쿠터를 빌려 선유도뿐 아니라 이웃한 장자도와 무녀도까지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습니다. 이곳은 대규모 개발공사로 인해 예전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선유도는 상괭이 투어버스 타고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2층 버스로 비응도와 장자도 사이를 수시로 왕복합니다. 요금도 착해 시내버스 요금과 동일한 1400원입니다.

 

 

 

 

 

 

군산근대화 거리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군산 시내 월명동 일대의 군산 근대화거리입니다. 군산 여행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곳이라 숙소도 이곳의 게스트하우스로 정했는데요.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내국인 대상 기숙사 운영이 금지되지만 군산은 예외입니다. 그렇다 보니 에어비엔비에서 이 지역 룸 셰어를 찾을 수 없는데요. 물론 우리 가족은 공동 침실이 아닌 화장실이 딸린 방을 예약했습니다.

 

 

 

 

애초에 나는 지난봄 친구들과 묵었던 여미랑을 생각했는데요. 일본식 가옥을 잘 재현했고 마당에 큰 연못 등이 있어 인기 절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기숙사를 제외한 모든 독채의 3개월치 예약이 차있더군요.

 

 

 

 

이번에 선택한 게스트하우스는 여미랑 인근의 한옥인데요. 내부는 완전히 개조됐고 심지어 다락방까지 갖춘 곳입니다. 애초에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조식 때문입니다. 박대구이가 포함된 일본 가정식으로 지난번 군산 방문 때 비응항에서 먹어본 서대구이와 달리 박대구이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에 가져간 베리뉴 티볼리는 인근 교회 주차장에 세웠는데요. 월명동 근대화거리 곳곳에는 자유롭게 차를 세울 수 있게 주차 구획선이 그어져있고 노상에 차를 세워도 통행에 방해만 안되면 단속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숙소 바로 앞 교회가 주 중에는 주차장을 개방하니 더욱 편리합니다.

 

 

 

 

한일옥과 초원사진관

 

 

숙소에 짐을 풀고 5분 정도 걸어서 한일옥이라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이것은 소고기뭇국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원래도 기사식당으로 인기 많았는데요. 바로 앞에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사진관이 위치해 있어 더욱더 인기 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지만 호기심이 배고픔을 이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번이 그렇네요.

 

 

 

 

초원사진관 내부는 영화 촬영 당시 모습이 최대한 보존돼있는데요. 벽에 걸린 액자들 중에서 극중 스무 살 다림(심은하 분)의 모습도 발견됩니다. 또 건물 밖에는 다림이 타고 다니던 주차단속용 티코와 정원(한석규 분)이 출장 나갈 때 쓰던 텍트 스쿠터가 세워져 있습니다. 나름 관리를 하는 모양이지만 군데군데 녹이 쓴 것에서 10년의 세월이 느껴집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1998년, 허진호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감독은 사진관 세트를 철거하려고 했는데요. 군산시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이 자리에 남게 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나는 지난 봄 여행 때 한일옥에서 아침식사로 소고기뭇국을 먹었는데요. 당시에 육회비빔밥도 먹고 싶었으나 평일 점심때부터 주문 가능하다는 말에 다음을 기약했고 두 달여 만에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반면 아내와 아이는 소고기뭇국을 주문했는데요. 이는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음식이라 먹어보기 전에는 그 인기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량을 한 번에 끓여내니 깊은 맛과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이 음식 본연의 깔끔함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니 해는 이미 서산으로 넘어갔고 서쪽하늘에는 잔광이 남아 태풍으로 인해 층층이 떠있는 다양한 모양의 구름을 비춥니다. 폭풍전야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붉게 타는 노을을 본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가족이 밤 마실 나온 것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한 밤 마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편에서는 해 지기 전 군산의 모습을 살펴보았는데요. 군산의 아름다운 밤과 이색 풍경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