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여행, 뉴 스타일 코란도C와 낭만 속으로

대략 2년 전 쯤, 거리 마다 남성 트리오 버스커버스커의 히트곡 ‘여수 밤바다’가 흘러 나와 시도 때도 없이 흥얼거리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 즈음에 딸아이와 약속 하나를 하게 됐습니다. 아이는 이 노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여수에 가서 그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고 흔쾌히 그러겠노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부탁이니 일단 약속은 했더라도, 서울에서 여수는 결코 가까운 곳이 아니죠. 말이 5시간이지, 그 시간 동안 차를 몰고 간다는 것은 결코 쉬이 마음먹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실 그 뿐이 아니더라도, 먼 거리를 달려 여행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거리는 무궁무진 했겠지요.

 

 

 

 

“노래 가사로 시작된 약속, 여수 가족 여행”

 

 

 

 

아이의 방학과 최근 지속된 나의 슬럼프를 이유 삼아,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2년 전 아이와 짰던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 먹고 여수행(行)을 결심했던 것입니다. 여행 며칠 전부터 딸아이는 다시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흥얼거렸고, 덕분에 나와 아내도 덩달아 설렜습니다.

 

 

여행 당일,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집에서 출발했는데 낮 시간, 서울 시내 교통 정체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때마침 오랜만에 내리는 소나기에 해라도 잠깐 숨으니 기분만은 좋습니다. 서울에서 여수까지의 여정은 이렇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했고 이어 천안에서 논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라탔습니다. 논산 JC에 이르러서는 다시 순천-완주 선으로 갈아탔고 그렇게 동 순천 · 서 광양 IC까지 달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도 17호선을 이용해 여수에 도착했습니다.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다행히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숙소에 짐을 풀고 첫날 저녁 일정을 위해 시내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2일간 머문 곳은 여수 돌산도로 초입의 호텔로 여수 시내와는 차로 약 10분, 4.5킬로미터 거리입니다.

 

 

 

 

“왠지 친근한 이 느낌, 뉴 스타일 코란도C”

 

 

이번 가족여행 동안 오랜만에 코란도 C를 운전했습니다. 특별히 차량 외부에 역동적이 장식이 가미된 익스트림 모델입니다. 이 차에는 2.2 LET 디젤 엔진이 탑재됐는데 같은 엔진이 사용된 G4 렉스턴 또는 렉스턴 스포츠 보다 가볍고 짧은 몸체로 인해 상당히 역동적인 차입니다. 또 한 세대 진보된 다른 형제 차들에 비해 다소 거친 차지만 내게는 익숙합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주행 특성만은 지금 내가 타는 액티언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엔진출력은 더 높고 차량 크기와 무게는 덜 나갑니다. 혹자는 이런 특성이 일반적인 요즘 SUV와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액티언과 코란도 C의 설정은 핫 해치(Hot hatch)*에 가깝습니다.

 

 

*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극대화한 해치백 차량을 말함.

 

 

 

 

첫날 저녁 일정은 여수 항과 해변에 위치한 거북선 모형을 보고 낭만포차 거리를 방문하는 것입니다. 이곳은 여수 엑스포와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발표 이후 젊음의 거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방문한 것은 금요일이고 해가 지기도 전인데 일부 포장마차는 이미 장사진을 이루어 20분 가까이 기다려야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여수 낭만포차 거리, 그리고 버스킹”

 

 

 

 

그야말로 여수 특유의 낭만이 가득한 ‘낭만포차 거리’, 이 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3가지 해산물을 매운 양념에 재운 후 철판에 볶는 ‘해산물 삼합’입니다. 사용된 3가지 재료는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식탁에서 바로 볶아야 하니 더운 날 열(熱) 과의 전쟁이기도 하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라면 모를까, 영상 34도의 더운 날 먹기에 좋은 음식은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북적대는 이유는 바로 분위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이곳을 찾는데 특히 젊은 여성들끼리 온 경우가 많은 걸 보면 더 더욱 입니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서 돌산도와 장군도가 마주 보이는 여수항 광장을 거닐었습니다. 서울을 떠날 때 소나기가 내렸음에도 이날 밤 그곳의 기온은 영상 38도까지 올라가 말 그대로 열대의 밤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수는 35도입니다. 게다가 바닷바람까지 붑니다. 시원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집 떠나 피서 온 보람은 있네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했던가요? 마침 여수항 버스킹 광장에서는 노래, 여수 밤바다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입은 뭔가 개운한 것을 필요로 합니다.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죠. 낭만포차 거리에서 고소동 언덕을 바라보면 몇 개의 카페가 눈에 띕니다. 그 중 백열등 불빛이 매혹적인 한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냉방이 잘 된 실내도 좋지만 바닷바람 맞으며 여수항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탑(Loop top)은 더욱 괜찮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얼음을 갈아 만든 음료, 프라페(Frappe)를 마시며 첫날 일정을 마쳤습니다. 참고로 이곳 고소동은 주차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낯 시간에는 여수 구항 항만공원 공영주차장이나 수산시장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고 벽화마을을 통해 언덕으로 올라가길 권장합니다.

 

 

 

 

둘째 날은 낯에 해수욕을 즐기고 저녁에는 엑스포공원에서 빅오쇼(Big O show)를 보기로 했습니다. 공연 입장권은 사전에 온라인을 통해 예매해 둔 상태이고 해수욕장도 숙소 근처라 이날 우리 가족의 아침은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나만 바빴는데요. 예전부터 향일암 일출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이날 오후에 비 소식이 있기에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알지만 기왕에 여수 돌산까지 왔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습니다.

 

 

 

“향일암 가는 길, 코란도C의 역동적인 와인딩 드라이브

 

 

 

 

숙소는 돌산도 북서쪽이고 향일암은 같은 섬 남동쪽입니다. 차로 40여 분, 약 21킬로미터 거리이지만 주말 이른 시간이라 도로에 차도 드물고 또 코란도 C의 역동성도 즐겨 볼 요량으로 속도를 내다보니 3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차의 주행 특성은 지금 타는 액티언과 많이 닮았습니다. 겉모양과 구조는 다르지만 펀 드라이빙(Fun driving) 설정은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입니다.  운전자의 실력과 의도에 따라 역동적으로 반응하기에 운전하는 재미는 더욱 배가됩니다.

 

 

 

 

향일암 입구에는 나름의 상권이 형성돼 있습니다. 심지어 지상 2층짜리 공영주차장까지 마련돼 있죠. 이 시설은 일출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방문객의 규모를 짐작하게 합니다. 이곳의 주차요금은 한 시간까지 무료라서 빠른 걸음으로 향일암을 다녀온다면 주차 비도 굳는 셈입니다. 그 이후에는 10분당 200원씩 추가되지만 하루 종일 주차해도 5000원을 넘지 않습니다. 주차장 안내판에는 연중 무효 24시간 운영된다고 쓰여있지만 이날은 정산 출입문이 열려있습니다.

 

 

 

 

주차장에서 향일암 매표소까지는 도보로 약 2분 거리지만 워낙 경사가 심해서 만만치 않습니다. 참고로 향일암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과 군경은 1500원, 어린이는 1000원이고 이른 아침 시간에는 무료입장이 가능합니다.

 

 

 

 

매표소에서 암자까지 가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매표소를 왼쪽에 끼고 계단을 오르는 것과 콘크리트 포장된 길을 따라 직진하는 것입니다. 매표소에서 암자까지는 약 1킬로미터 남짓이지만 전자를 이용하면 오르는데 15분, 후자는 20분 가량 소요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올라갈 때, 계단 구간을 추천합니다. 많은 계단은 부담스럽지만 평지 길 역시 구간의 반이 급경사라 ‘도긴개긴’입니다. 대신 볼 거리는 계단 쪽이 더 많습니다.

 

 

 

 

 

계단 길 초입에 우뚝 솟은 일주문 기둥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는데 돋을새김으로 승천하는 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기둥에는 많은 동전이 붙어있는데요. 특이한 이 건축물에 무슨 용한 힘이라도 있다고 믿는 걸까요?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노력들은 계속 이어집니다. 계단 중턱에서 LED 촛불로 장식된 문을 만날 수 있는데 이름하여 등용문(登龍門)입니다. 이것은 중국 황하 상류에 있었다는 폭포의 이름으로 이곳을 통해 회귀(回歸) 하는 물고기의 모습이 사람들의 출세 과정과 닮았다 해서 자주 인용되는 곳이기도 하죠. 사람들이 이 문에서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비는 모양입니다.

 

 

 

 

코밑까지 차오른 숨을 참으며 암자 근처에 도착하니 기암괴석 사이로 신기한 통로가 나타납니다. 일출 못지않은 향일암의 볼거리입니다. 그렇게 암자 앞 마당에 도착하니 바다 쪽 풍경이 썩 괜찮습니다. 애초에 일출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막상 여행 오고 보니 부질없는 아쉬움만 키웁니다.

 

 

 

 

내려오는 길은 평지 길을 택했는데요. 암자 입구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게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경사는 계단 길만큼이나 벅찹니다. 이 길은 작은 마을을 지나면서 평지로 변하는데요. 암자를 떠난 후 10여 분 후면 매표소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가기 좋은 작은 해수욕장, 방죽포”

 

 

 

 

가족들과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방죽포 해수욕장으로 떠납니다. 이곳은 앞서 향일암을 다녀오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들렀던 방죽포구 안쪽에 만들어진 작은 모래사장입니다. 숙소에서 차로 약 18분, 14킬로미터 거리입니다. 모래사장의 위치, 주변 시설의 규모 또 모래 입자 특징으로 볼 때 이 마을 주민들이 이 해변에 꽤 공을 들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속에 들어갈수록 모래에 뻘이 섞이면서 더욱 부드러워집니다. 게다가 바닥에 해초와 자갈이 많은 것을 보면 이곳은 애초부터 해수욕장은 아니었던 듯도 싶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지금 이곳은 아이들이 놀기에 적절한 해수욕장임에 틀림없으니까요. 게다가 방문한 날은 물에서 노는 사람 수도 몇 안 돼,그 한가함이 더욱 좋았습니다.

 

 

 

 

방죽포 해수욕장은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은 괜찮습니다. 샤워장은 물론이고 해수욕장 관리소를 따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상 이 층짜리 이 건물 일층에는 프랜차이즈 떡볶이 가게까지 입점해 있습니다. 참고로 이곳에선 입욕, 화장실 이용, 구명조끼 대여는 무료이고 파라솔 · 튜브 대여, 캠핑은 유료입니다. 한편 샤워실 이용은 성인 2000원, 7세 이하 어린이는 1000원이며 운영시간은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까지입니다.
2시간가량의 해수욕과 식사로 다소 나른해진 우리 가족은 숙소로 돌아와 씻고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날 저녁에는 빅오쇼를 관람할 예정이지만 오후에 두세 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이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낭만포차 거리와 어젯밤에 들린 카페 사이에 위치한 고소동 1004 벽화마을을 잠시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집안 어른들께 선물할 거북선 빵도 구입할 생각입니다.

 

 

 

 

여행 첫째 날과 같이 차를 여수구항 항만공원 공영주차장에 세웠습니다. 원래 여수시내 공영주차장은 한 시간까지는 30분당 500원의 요금을 받고 1일 최대 요금은 5000원입니다. 또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나머지는 무료입니다. 여수시는 옛 항구 근처, 항만공원과 이순신 광장 뒤쪽 두 곳에 총 111개 주차구획을 운영 중이지만 늘 만 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이번 여수 여행에서 주차 걱정이 없었던 것은 우리 가족에겐 선물인 셈입니다.

 

 

 

 

 

우리는 이순신 광장 바로 옆의 거북선 빵집에 먼저 들러 선물용 빵을 사고 그 중 몇 개는 그 자리에서 나눠 먹었습니다. 예상은 한대로 비가 내렸고, 오랜만에 비다운 비라서 그런지 기분은 좋았지만 우산을 쓰고 움직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ㄴ다. 결국 비가 덜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고소동 1004 마을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고소동 이름의 유래는 이 마을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고소대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전승에 따르면 당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이곳에서 작전을 지휘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고소동은 왜란 중기에 삼도수군 통제령으로 쓰인 진남관과는 지척이고 당시 조선 수군의 주둔지가 내려다보이는 위치입니다.

 

 

 

 

 

대부분의 벽화마을 방문객은 이순신 광장 입구 또는 낭만포차 거리 입구를 이용합니다. 다만 후자는 요즘 한창 건물을 짓느라 주변이 어수선해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낭만포차나 버스킹 광장이 여행 일정에 포함됐다면 결국 이 입구를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벽화마을에서 여러 가지 그림을 만날 수 있지만 특히 허영만 화백의 작품이 눈에 띕니다. 특히 전날 땀을 식혔던 카페 바로 밑에서 식객, 미스터 고 등의 유명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어 낭만포차길 방향으로 내려오면서는 날아라 슈퍼보드의 미스터 손도 만날 수 있습니다.

 

‘여수’하면 몇 가지 음식이 유명합니다. 돌산 갓김치, 돌 게장 등인데요. 하지만 우리 가족은 해물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게다가 보통 여행을 가면 시내의 평범한 식당에서 먹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여수 시내 대형 마트 內 푸드 코드를 이용했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 여수 新항에 위치한 엑스포공원으로 향했습니다.

 

 

* 코란도C와 함께 하는 여수 가족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